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보니, 볼것이 많았다.  ㅎㅎ  차를 타고 혼자 다닐 땐 볼수 없는 풍경들....

젊은 사람들, 그중에도 젊은 여자들...ㅎㅎ

참 키들도 많이 커져서, 서구사람들과 비교 해도 빠지지 않는다.   보름달 같던 얼굴도 작은 얼굴들이 많아져서 선진화 된 티가 확연히 난다.  같이 타고 가던 3호선에 중년의 미국아줌마와 약간 젊은 미국남자가 같이 타게 됐다...  안 보는 척하며 그들의 남루한 행색을 보며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그들의 주변에 빈자리가 계속 나는대도 그들은 자리엘 앉질 않는다.  왜 그럴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지하철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걸 꺼리는 눈치 ~ ~

아마도 그들은 원어민 영어선생 일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사람들로 보인다.   아줌마는 남루한 옷을 입고 있지만, 눈매가 이지적이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약간 젊은 남자는 쉴새 없이 젊은 여자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피부에도 약간  붉은 점들이 있는 걸 봐서 혹시, 에이즈의 잠복기가 끝나가는 증세로 추측을  해본다.

괜한 호기심이 생기는 바람에 원래 내리기로 생각한 종로3가 역을 지나치고 안국역에서 내렸다.  그들도 같이 내린다.  남자가 잡았던 지하철 출입구의 손잡이를 일부러 잡지 않았다. 

내려서 어떤 출입구로 가야 인사동으로 쉽게 가지 하며 생각...무심코 층계를 한바퀴 돌며 지하철의 진행방향과 비교하며 한층 올라선 순간 눈에 보이는 익숙하지 않은 지하철역 안의 서점!

그러나 나의 기억은 문득 20여년전으로 달음질 치는 것 이었다.   맞아!   저 서점 자리엔 자주가던 제과점이 있었는데....그리고 거기서 순간 지나가는 나의 옛날 애인의 모습!!!   그리고 그 제과점에서 20년전 더운 여름날 그녀와 같이 먹던 팥빙수의 추억....

오래된 추억을 떨쳐버리며, 거리로 올라왔다.   운현궁 방향으로.... 어두워진 수운회관 앞길을 걸으며 옛추억에 잠겼다.  

어머니는 맥도날드에 '시인통신'의 여주인과 같이 계시다가 두리번 거리는 나를 먼저 발견하시곤 다가 오신다.  손에는 10월 3일경 수덕사의 "고암 이응노미술관"에서 하실 초대전에 쓰실 그림을 말은 두루마기 하나.... 

얼마 남지 않은 추석, 난 어머니께 여쭸다.  추석땐 어떻 하실꺼유?  어머니는 아직도 그림을 더 그려야 초대전 준비로 집에서 그림을 더 그리셔야 된다며, "지난 몇일전에도 네집엘 갔었는데, 뭘"  하시며 혼자 댁에 계시며 초대전에 쓰실 그림을 더 그리시겠다는 뜻을 알려 주신다.

그시간 아직도 인사동에서의 일정이 남으신 어머니와 헤어져 다시 안국역으로 가서 3호선 지하철을 탔다.   올때에 비해 훨씬 적은 사람들(아! 역시 강북과 강남행 사람수가 다르구나...생각)  타자마자 앉았다.

무심히 쳐다본 건너편 유리창에 비친 한 50대 초반의 남자.  피곤이 쩔은 표정과 깊게 패이기 시작한 주름이 가득한 얼굴의 초로의 신사, 바로 오늘 오후, 그리고 저녁의 나의 모습이었다.

아!  오늘 오후는 30대 초반 나의 추억과 피곤에 찌든 50대 초반 신사의 현재 모습이 교차한 하루 이었다.   아!  나의 젊은 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