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1월 셋째 주가 되면 보졸레누보를 가판 진열대에서 볼 수 있다. 그 곁을 지나가면 햇와인의 신선함에 침이 넘어가곤 했다.
 
  이처럼 철에 따라 나오는 자연의 산물로 만드는 술이 우리에게 있다. 바로 배상면주가에서 만드는 歲時酒(세시주)이다. 배상면주가에서 나오는 세시주는 네 종류가 있다. 봄에는 「냉이주」, 여름에는 「매실미주」, 가을은 「들국화술」, 겨울에는 「도소주」가 그것이다.
 
  냉이술은 「생쌀발효법」으로 빚는다. 생쌀발효법이란, 쌀을 찌지 않고 생쌀을 가루 내어 빚는 것이다. 
  
  보통 전통주는 찐쌀(고두밥)을 가지고 만든다. 물을 끓이게 되면 수증기가 되고 수증기의 물 분자들이 쌀의 전분 사이 사이를 헤집고 다녀서 전분 구조가 느슨하게 풀어지게 된다. 이렇게 풀어지면 효소가 전분을 잘라 내기 쉽다. 효소는 전분을 잘라 내어 당분으로 만든다.
 
  그에 비해 생쌀은 전분 구조가 매우 단단해 효소가 전분을 잘라내지 못한다. 술을 빚을 때 고두밥이 설익으면 술이 시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에는 생쌀을 분해시킬 수 있는 곰팡이가 있다. 「라이조프스」라고 불리는 이 곰팡이는 생쌀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한다. 이 효소를 정제해 개량 누룩을 만든 사람이 「국순당」의 창업주인 배상면 회장이다.
 
  생쌀발효법을 쓰면 쌀을 찌지 않기 때문에 연료비를 아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통주를 만들 수 있다. 맛이 담백하고 부드럽다. 전통 누룩이 가진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안전한 발효를 유도해 다른 균에 의해 술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국순당의 「백세주」와 배상면주가의 「산사춘」은 이 생쌀발효법으로 만들었다.
 
  냉이술은 전남 해남의 냉이를 사용한다. 겨울을 뚫고 야생에서 올라온 냉이의 향이 냉이술에 잘 잡혀 있어 남녘에서 올라오는 봄을 느낄 수 있었다.
 
  냉이술이 핑크빛을 띠는 것은 뿌리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은 抗酸化(항산화)작용을 하여 老化(노화)를 방지하고 피를 맑게 하며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주 만들기 동호회 회장

유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