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하류에 산란하러 바다에서 온 ‘위어’의 별미

고향 갈 일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 “백마강에 ‘의어’가  왔으니 빨리 다녀 가라”는 고향친구의 전화 만큼 반가울 게 있을까.  부여지방에서는 의리를 아는 고기라고 의어(義漁)라고도 불리는 위어는 호서향우 향수(鄕愁)를 모으는 구심점(求心點)이다.

서울 간 친구들을 불러 고향의 맛을 찐하게 나누는 고향 지키는 친구의 정이 미국까지 온 미주동포까지 차례가 올 수 없겠지만 순식간에 지나가는 계절의 별미는 고향생각의 첫손 꼽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봄이 되면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황산리 근처의 금강을 따라 수백 식당이‘봄철의 별미 위어회 있습니다’현수막을 내걸고 위어 맛을 기억하는 전국의 미식가를 부르고 있다.   

위어는 멸칫과 은백색 바닷고기이다. 몸 길이가 20㎝ ~ 30㎝ 정도이고 가느다란 칼 모양을 하고 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금강 어귀 갈대밭이 산란처로 이름도 갈대 위(葦)자를 써 위어(葦魚)라고 한다.  서해 바다에서 서식하던 위어는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산란을 하기 위해 금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봄철의 별미가 되었다.  이 때 밀물 전에 작은 배로 50m 정도 되는 그물을 쳐서 썰물에 걷어 올리면 대개 그물질 한 번에 300∼400마리의 위어를 잡는다. 위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충남에서도 서천·강경 등 일부 지역에서만 5톤이 채 안되게 잡힌다.  의어는 멸치 종류들이 그렇듯 성질이 급해 그물에 걸리면 곧바로 죽는 데 3월 초에서 4월 말에 잡히는 것 산란기 때여서 살이 통통하게 붙고 기름기가 많아 담백하고 고소하고 산란기가 지난 5월이 되면 가시가 억세져 별미라고 하기 어려워진다.

주로 봄밭에 올라 온 야채와 초고추장을 함께 버무려 먹는 ‘위어회’가 아지랑이 가득 한 고향 모습과 겹쳐 지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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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의 유래 (출처: 충남향토지적재산)

위어회는 옛 백제시대부터 내려오는 향토음식이다. 이 위어회에 얽힌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은 전쟁의 피로도 풀고 입맛을 돋구기 위해 백제 의자왕이 즐기던 위어회를 먹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날의 점심상에도, 기다려지던 저녁상에도 위어회는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소정방은 노발대발하면서 어부를 총동원하여 위어를 잡으러 갔는데 백제가 망하기 전까지 그렇게 많이 잡히던 위어는 어부를 총동원하여 겹겹이 그물을 치고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한 마리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때 소정방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계백장군의 충혼과 삼천궁녀의 정절이 깃든 백제 땅에는 하찮은 물고기까지 의롭다는 것을... 지금도 위어는 백제가 멸망한 여름에는 백마강에 나타나지 않으며 백제의 부흥을 기원하듯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만 나타났다가 곧 바다로 돌아가 버린다. 부여의 할머니들은 이 고기를 손주에게 먹여주며 " 잔가시가 있지만 단 맛이 날 때까지 꼭꼭 잘 씹어 먹어라. 이 고기를 먹으면 의롭고 훌륭한 사람이 될 수가 있단다. " 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