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일 아침에 본 세계뉴스 중, 한 해가 다 가도록 남아있는 선명한 기억이 하나있다.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행하던 국기 게양식 광경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하늘 높이 올라가는 오성홍기는 그들의 활력이고 국가번영을 바라는 한해의 희망이었다. 그 깃발은 현제 중국국민들의 정신과 국가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고,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는 국가의 존엄을 생각하기에 충분 했다.

그 현장에 참여하려고 시골에서 아들을 데리고 5시간동안 밤기차를 타고 온 사람이 있었다.

자식의 국가관을 심어주기위해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 하는 그 모습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은 부러운 감동이다.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길 가에 세워진 대형 성조기를 자주 본다. 다민족들이 모여 사는 이민의 나라에서 국기의 의미는 국민의 마음을 한곳에 모으는 표상이 된다. 공공기관, 상가, 패스트푸드점의 마당은 물론 교회나 성당, 심지어 장례식장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성조기가 세워져 있다. 미국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성조기의 그늘 아래서 자란다. 이것이 미국여행에서 받는 첫 인상이다.

해병대 출신들은 자기 집 마당에 성조기와 해병대기를 함께 걸어두고 평생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

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들은 ‘유황도의 성조기’사진을 꼭 갖고 있다. 총탄이 빗발치는 속에 여섯 명의 해병들이 유황도 스리바치 산 정상에 꽂는 이 장면은 언제 보아도 조국에 대한 열정과 승리의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몸은 비록 늙어 가도 국가에 대한 정신만은 늘 살아 있어 행복한 것이다.

우리국민들은 한국전쟁을 치루며 9.28 수도 탈환 후 중앙청에 꽂았던 태극기의 깃발을 잊지 못한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가 되었을 때 홀연히 솟아오른 이 태극기는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우리국민 가슴속에 새겨진 영원한 감격이고 환희가 되어있다.

새해가 닥아 온다. 첫날 아침에 볼만한 뜻있는 이벤트는 전국어디에도 없고 온 나라가 해맞이에만 들떠있다.

병든 국민정신을 보는 것 같다. 바로 코앞에 포탄이 터지고 피난주민들은 임시거주시설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데 이게 먼 나라 얘기인가.

60년 전에는 세계 우방들이 우리를 지켜 주었다. 16개국의 젊은이들이 이 땅에서 피를 흘렸다.

미국은 대통령 아들도 장군의 아들도 우리와 함께 싸웠다. 180만 명이 참전해서 3만 7천명이 목숨을 잃었고

아직도 병상에서 평생을 보내는 용사들이 있다.

이제는 그때와 같은 도움을 바라지 말자. 그럴 염치가 없다. 길이 좁아 발생한 두 여중생의 단순교통사고를 빌미삼아 광란의 촛불을 들고 반미를 외쳐댔다. 그 길 선상에서 워커장군도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그들에게는 비교의미조차 없다. 한국전쟁을 지휘하던 미군사령관의 죽음도 외면당하고 한국의 은인 맥아더장군 동상까지 끌어 내리려 했다.

적군의 포신은 울산과 포항까지 겨누고 있는데 국민적 리드라는 정치인, 지식인, 교육자, 법관마저 좌경화된 판국에 누구를 믿겠는가. 어떤 영웅이 나타나 국민을 이끌 시대가 아니다.

국민이 스스로 나라를 지킬 수밖에 없다.

우선, 청소년들에게 국가관을 심어주자. 집에서는 부모가. 동네에서는 이웃의 어른이 청소년들의 지도자가 돼야 할 때다. 1945년 해방 전후에 태어난 60대 중반이상 세대들의 평균 학력은 초등학교 4학년수준이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이 오늘의 한국을 일구었다. 그 불굴의 정신을 계승시키자.

새해아침의 해맞이는 한국인들의 신 샤머니즘적 행태의 새로운 풍속도가 된지 오래다.

해맞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올해의 제야는 밤 세우며 흥취 할 때가 아니다. 2011년 첫날 아침에 전국 어느 한 곳에서라도 창공에 태극기 올리며 보국(輔國)을 맹세하는 청소년들의 기상을 봤으면 좋겠다.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칼럼. 조선일보 2010.12.24 . 오피니언 - <편집자에게> 게재

게재일: 2011년 01월 06일 (목) 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