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제공자, 미필적 고의가 풍기는 느낌은 과히 좋은 기분이 아니다.

대개는 교통사고에서 혼자 편하자고 멋대로 운전하는 Selfish 들이 무책임하게 교통질서를 무시하고 휑하니 지나 간 후에 뒤에 가던 차들이 놀라거나 피하다가 사고를 내는 것을 연상하게 된다.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뒤에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뒤에 눈이 있어도 자신의 코 앞만 보고 달리는 지라 소용없는 일이겠다.  며칠 전 내가 뒤에 가다가 사고를 낼 뻔한 일이 있었다.  중앙선 옆차선으로 직진을 느긋하게 하고 있는 데 오른 쪽 앞에서 가던 차가 나를 투명인간으로 생각하고는 내 앞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급하게 좌회전을 하는 바람에 몸 안에 있어야 할 간이 차 밖으로 튕겨 떨어져 나갈 뻔했다.  욕을 하려고 해도 교차로를 진입한 나는 왼쪽으로 멀어져 가는 놈인지 년인지를 모를 인간을 멍하니 보는 수밖에 없어 더 화가 치밀었지만 참는 수 밖에 없었다.
이 경우에도 만약 놀란 내가 실수로 옆에 지나던 차를 부딪치게 되면 온전히 나 혼자 사고를 낸 가해자가 되는 경우이다.  즉 원인제공자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나 혼자 고개를 떨구고 하늘을 원망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되는게다.

운전을 하다 보면 가끔 겪게 되지만 어쩌면 나도 모르게 원인제공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필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순간적인 게으름으로 늦게 차선을 급하게 바꿔야하는 경우 뿐 아니라 미처 생각도 못하고 본의아닌 손해를 남에게 주는 일이 분명히 있을 터인데...
요즘 세상은 이런 일을 경계하고 방지하기 위한 경고가 많이 약해졌다.  예전의 어른들은 염치와 남에 대한 배려를 인격의 척도로 삼아 훈훈한 삶을 가꿔나갔는 데 이제는 법으로 단속이 되지 않는 일은 모두 괜찮은 일이 되어버려 양심이 없는 것이, 싸가지 없는 것이 생존기술의 경쟁력이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미필적 고의의 좋은 마음으로 지금껏 벌어 먹고 사는 사업의 한 계기를 열어 준 고마운 원인제공자도 있었는 데 그만 잊고 있었다.  호의와 배려는 좋은 원인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나를 놀래 킨 그 나쁜 원인제공자도 다른 누구에게는 자기도 모르게 좋은 원인제공자로도 살고 있겠다 싶어 떨아졌던 간뎅이를 다시 수습하고 가던 곳으로 운전 해 가면서 잊고 있던 내게 주변에서 좋은 원인제공자로 나를 좋아 해 준 이들을 마음 속으로 세어 본다.  그대가 모를지라도 나는 "Thank you" 지라.    

"범사에 감사하라" 좋은 말을 깜빡 잊고 한참 동안 살았구나.